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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포럼] 나라 살림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 작성자:홍보실
  • 등록일2021-12-15
  • 조회수 : 345

[헤럴드 포럼] 나라 살림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내년 정부 예산이 607조7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본예산 대비 8.9% 늘어난 팽창 예산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49조7000억원 증액이다. 내년 대선과 지선을 앞두고 여야가 예산 늘리기에 힘을 합친 양상이다.

 

사상 처음으로 예산 규모가 600조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 비해 52% 늘어났다. 국가채무가 내년에 108조원 늘어나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돌파한다. 선거철 선심성 예산, 코로나19 대응 재정지출, ‘문재인 케어’ 등 복지지출 급증으로 재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2026년 69.7%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주요국 35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 G20에 속하는 선진 9개국 중 최고 수준이다. 2026년께는 국가채무비율이 비기축통화국 평균 부채비율을 10%포인트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변동성이 강한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재정정책을 최대한 건실하게 운영해야 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대외경제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복 소비 증가와 글로벌 공급망 대란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하다. 미국도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공급 확대를 위한 채권매입을 점차 줄여나가는 테이퍼링 정책을 조속히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물가 상승 흐름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3.7% 상승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의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했다. 내년 예산 조기 집행과 맞물려 물가 불안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재정운영이 요구된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도 그칠 줄 모른다. 지난해 347개 공기업의 부채는 18조원 늘어났다. 반면 단기순이익은 3분의 1 토막났다. 외화내빈(外華內貧)으로 상징되는 공기업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도덕적 해이·방만 경영·철밥통 정서라는 3대 고질병은 치유 불능 상태에 빠졌다. 진입 규제·경쟁 제한·낙하산 인사로 책임경영·경영혁신 노력이 크게 약화됐다.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조치로 무분별하게 증원이 늘어나는 사례가 빈번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대형 공기업의 과잉 부채가 재정 건전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급증은 방만 재정 운영의 대표적 사례다.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정하는 배분 방식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내년도 교육교부금은 65조원을 돌파해 올해 본예산 대비 11조9000억원 증액됐다. 학령인구는 2017~2022년 사이 12.1% 감소한 반면 교육교부금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를 시급히 시정해야 한다. 지방 교육청에 쌓여있는 돈이 거의 4조원에 달한다.

 

한 국가의 신용등급이 유지된 전례가 드물다. 재정 포퓰리즘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지출 증가가 세입 증가를 압도하는 ‘악어의 입’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서경(書經)’에 ‘윤집궐중(允執厥中)’이라는 구절이 있다.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으라는 의미다. 재정 당국이 나라 곳간의 최후 파수꾼이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중심을 잡아나가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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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일자 : 202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