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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 기업 경쟁력이 위태롭다

  • 작성자:홍보실
  • 등록일2020-10-13
  • 조회수 : 489

기업이 사면초가 상태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거래 3법’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법무부는 집단소송제 확대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반영한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이미 지난달 입법 예고했다.

 

공정경제 구현을 목적으로 한 입법 드라이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빠진 기업에 또 하나의 충격파가 아닐 수 없다.

 

‘기업규제 법령’ 제정의 목적은 첫째,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소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업 오너의 갑질을 막는 데 있다. 둘째,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기업의 담합, 가격 조작 등 불공정 경제행위를 규제하려는 목적이다.

 

재계는 “지구촌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 처벌 국가”가 될 것이라며 망연자실한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여야 대표를 만나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긍정적 반응을 얻지 못했다.

 

수출·투자·고용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규제보다는 기업을 살리는 정책을 펴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이후 3개월 동안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이 총 284건 발의됐다. 20대 국회 같은 기간 대비 40%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기업 경영분석’에 따르면 2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 감소율은 10.1%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나쁜 수치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3%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충당 못 하는 좀비기업이 올해 21.4%로, 지난해 대비 6.6%포인트 증가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증 추세다.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소수 오너의 전횡을 막는다는 주장도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은 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와 규제 혁파가 지난 수년간 미국 경제의 활황을 견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유럽연합(EU) 국가 중 가장 규제가 심한 프랑스 기업의 족쇄를 풀어주겠다는 방침이다.

 

EU 16개국은 다양한 경영권 보호장치를 허용하고 있다. 상호 출자를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절반의 국가는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황금주를 인정하는 국가도 40%가 넘는다. 이병태 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 고용 비중은 2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2%에 크게 못 미친다. 영세기업과 자영업이 과도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인 이하 영세기업 비중이 20%로 경쟁력 저하와 비정규직 양산의 온상이 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는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통해 ‘잃어버린 20년’으로 상징되는 일본 경제를 소생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2013~2018년 450만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 엔저 정책으로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제고시켜 도요타·소니·히타치·파나소닉 등 주력 기업이 되살아났다. 기업 수익성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올해 대졸 취업률은 98%나 된다. 1인당 가능한 일자리를 의미하는 유효 구인 배율은 지난해 말 1.57배로,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었다.

 

기업 활동 위축은 고용한파로 이어진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대졸자 예상 취업률이 44.5%로 조사됐다. 지난 5년간 평균 취업률 62~64%와 격차가 크다. 8월 취업자 수는 27만명 줄어 6개월 연속 감소세다. 청년실업률은 7.7%, 체감 청년실업률은 26%를 상회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에 청년층 고용 충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이 성장과 고용 창출을 견인한다. 지금은 기업 때리기보다 기업 살리기에 전념할 때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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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일자 : 2020-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