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 서유미 초당대 총장, 학부제 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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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일보, 2025년 9월 9일, 한경국 기자
기사 원문 링크: http://www.mdilbo.com/detail/G3XMjU/747551
위기의 지역대학에 '뉴 노멀' 제시
지역 특성화 교육으로 경쟁력 확보
"학생 한명 한명 성공이 곧 지역 성공"
전남 무안 초당대학교에서 취임 6개월을 맞은 서유미 총장을 만났다. 제31회 행정고시를 통해 교육부에서 30여년간 고등교육 정책을 이끌어온 베테랑 관료인 그는, 교육부 차관보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제11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을 역임했다. 이러한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취임 직후부터 학부제 전환과 글로컬대학30 재도전에 적극 참여하며 지역 사회와 교육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학생 성공을 위한 맞춤형 교육 철학을 강조하는 그에게 '지역과 함께하는 강소대학' 초당대의 현재와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총장 취임 후 반년이 지났는데, 소회는 어떠한가.
▲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부에서 34년간 고등교육 정책을 다뤄왔고, 직전에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으로서 AI 활용 교육을 총괄했다. 이러한 오랜 경험이 초당대의 새로운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자산이 된다.
취임 후 한 학기를 보내면서 지역 사립대학이 처한 현실을 더욱 절감했다. 학령인구 급감과 등록금 동결로 인한 극심한 재정난은 물론, 인근 국립대학과의 학생 혜택 격차 또한 심각하다. 그러나 지역대학은 단순히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 소멸을 막는 최후의 보루다. 인재 양성,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 평생교육 및 재교육을 통한 생산성 제고 등 지역 혁신의 핵심 주체로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의 RISE·글로컬 사업 방향과도 일치하는 이 같은 책무를 다하기 위해 초당대는 학사제도 개편, 비교과 활동 및 장학제도 확충 등 '학생 성공'을 위한 전방위적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의 '뉴 노멀'을 위한 변화 방향은 무엇인가.
▲이제 대학은 지역 혁신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초당대는 항공, 간호, 조리 등 특성화 분야를 중심으로 학부 및 다전공 체제로 학사 구조를 개편하고 성인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지자체 및 고교와의 연계 사업을 통해 지역 교육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교육·연구 기능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책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 평가는 여전히 충원율과 같은 양적 지표에 치중되어 있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지역 산업 붕괴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대학의 건강성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지역 수요 대응력과 혁신 성과 같은 질적 지표가 필수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는 지역대학들의 의지를 꺾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강조하고 있는 '지역과 함께하는 강소대학'의 의미는 무엇인가.
▲초당대의 궁극적인 사명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광주, 전남은 물론 전국, 그리고 해외에서 온 학생들이 '무안의 역사와 지역문화' 같은 교과목을 통해 우리 지역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세계적 감각을 동시에 함양하도록 돕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이 깃든 무안에서, 초당대는 전남독립운동사 편찬을 주관하며 민족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올바른 정체성 확립이야말로 글로컬 인재의 핵심 역량이다.
초당대는 또한 RISE 사업을 통해 항공·우주 연구, 간호 맞춤형 과정, 지역 안전, 평생학습 등 8개 분야에서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은 더 이상 지역을 떠나기 위한 발판이 아니라, 지역에 굳건히 뿌리내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
-글로컬대학30 재도전에 임하는 각오와 당위성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균형 발전이다. 지난 본지정에서 영남권 대학이 11개 선정된 반면, 호남권은 4개에 그쳐 심각한 불균형을 보였다. 특히 전남 사립대학은 단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아 현 정부의 지역 균형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전남사립연합대학' 모델은 전라남도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함께하는 공공형 사립대 연합 모델이다. 스마트에너지와 미래 모빌리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기업 유치와 창업을 선도하는 혁신 전략은 전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국가적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다. 이는 동시에 낙후된 무안, 신안, 영암 등 전남 서부권의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사업이 될 것이다.
연합대학은 각 대학의 강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진정한 글로컬 정신을 실천하고자 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처럼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탄소중립 기초교과 및 비교과 활동을 통해 연합 비전을 내재화할 계획이다.
-취임 180일만에 학부 체제 전환, 글로컬대학30 본지정 준비 등 굵직한 성과를 이뤄냈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글로컬 대학30' 본지정은 우리 대학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기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오랜 공직 경험을 통해 지도자의 성과는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 제시, 그리고 끊임없는 소통과 동행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성과 역시 구성원 모두의 동참과 열정 덕분이다.
30여년간 대학 정책과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은 대학이 단순한 지식 전달 기관을 넘어 다원적 기능을 갖춘 '멀티버시티(multiversity)'로, 더 나아가 '기업가적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확신을 주었다. 특히 지역대학은 지역 혁신 체계의 핵심 주체로서 지역 발전의 싱크탱크이자 활동 거점이 되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청년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역 주민 모두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대학의 본질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구성원들과 수차례 숙의 끝에 내년부터 학생 중심의 유연한 학사 구조인 학부 및 전공제 개편을 시행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30학점 기반의 소전공을 2개 이상 이수하고, 필요에 따라 심화 전공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학과 통폐합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흥미에 맞춰 교육과정을 직접 설계하는 맞춤형, 창의적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고정된 틀을 벗어나 창의성과 융합 역량을 키워 미래 사회의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이라도 구성원의 공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취임 첫날부터 교수, 직원, 학생들과 소통하며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과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결기를 공유했다. 이러한 공감대가 변화의 동력을 만들었다고 본다. 교수님들은 일당백의 역할을, 교직원들은 헌신적인 뒷받침을, 학생들은 열정적인 참여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에 초당대가 지역의 소규모 대학이지만 충분히 희망적인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대표 특성화 강소대학'이라는 비전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
-수시 원서 접수 기간이다. 초당대 강점은.
▲서울 출신으로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대학 대신 초당대 항공운항학과를 선택한 형제 학생의 사례를 자주 소개한다. 그들이 초당대를 택한 이유는 열정적인 교수진, 무안공항과 해남 산이 비행장 등 뛰어난 인프라, 그리고 학생의 꿈을 존중하는 교육 철학 때문이었다.
초당대는 소규모 대학이지만, 역사·철학 등 인문사회 교양 과목을 풍부하게 운영하며 AI 시대에 필수적인 창의적 질문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강점이 있다. AI 교육이 인문학적 상상력과 결합될 때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결론적으로, 초당대의 가장 큰 강점은 학생 개개인의 꿈을 실현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미래를 여는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