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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여의도포럼] "21세기 신냉전" 우크라이나 전쟁

  • 작성자:홍보실
  • 등록일2022-04-29
  • 조회수 : 334

유라시아주의자 푸틴의 침공

그 본질은 글로벌 패권 전쟁

세계 에너지 질서 변화 불가피

러시아 경제와 위상 치명타

 

세계화 흐름 지속될지 불투명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대 진입

패권주의ㆍ제국주의 망령이

여전히 지구촌을 맴돌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푸틴의 전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세계관, 전략, 정치적 셈법이 모두 투영된 결과물이다. 그는 유라시아주의의 열렬한 신봉자로, 러시아가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중심이며 패권 행사는 신이 부여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우파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유라시아주의와 강대국 러시아 신화를 찬양한다. 큰 나라가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고 믿는 제국주의자다. 소련 붕괴로 상실된 러시아 영향권의 복원을 갈망한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러시아 안보의 본질적 위협으로 간주한다. 동유럽 최대 인구와 영토를 가진 우크라이나가 친서방으로 돌아서면 초강대국 지위 회복을 노리는 푸틴의 구상은 물거품이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압박과 탄압으로 규정해 강렬한 민족주의와 서구 공포증을 자극한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러시아 수호 전쟁으로 미화한다. 1941년 나치 히틀러의 침공으로 야기된 독소전쟁을 대조국 수호전쟁으로 정의한 스탈린의 수법을 연상시킨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패권 전쟁이다.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와 미국의 견제가 전쟁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데사 지역을 러시아가 장악하면 흑해가 사실상 러시아의 앞마당으로 전락한다. 흑해 함대의 주 활동 무대인 크림반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동남부 공세가 불가피한 선택이다. 헤이스팅스 이즈메이 초대 나토 사무총장은 일찍이 “나토의 목적은 미국을 머물게 하고 러시아를 쫓아내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푸틴은 나토의 동진을 러시아를 고립시켜 2등 국가로 전략시키려는 서방의 교활한 책략으로 확신한다.

 

주변 국가의 색깔 혁명도 근심거리다. 2003년 조지아의 장미 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적신호였다. 푸틴주의는 국가자본주의적 독재정치다. 인접국의 민주화 흐름은 실존적 위협이다. 미국이 민주주의 확산을 명분으로 삼아 패권주의를 강화해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세계관에 빠져 있다.

 

글로벌 에너지 질서에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요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독일의 가스와 석유 의존도는 55%, 35%에 달한다. 러시아 유화책이 유럽의 대러시아 관계를 크게 왜곡시켰다. 유럽연합(EU)은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확충하고 있지만 이행 과정은 유럽 소비자에게 고통과 리스크를 안겨 줄 것이다. 유럽이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여야 푸틴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으나 매일 10억 달러씩 에너지 구입 대금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로 공세를 전환한 배경에는 셰일가스와 석유가 풍부한 루한스크, 도네츠크 지역을 장악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러시아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러시아 성장률을 마이너스 8.5%로 전망했다. 국제금융협회는 마이너스 15% 성장해 2015년 수준으로 경제가 역주행하리라 보고 있다. 벌써 6000억 달러 이상 전비가 소요됐다.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지난 30년간의 경제 성장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꼴이 됐다. 대외 채무 불이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6400억 달러 외환보유고 중 3300억 달러가 동결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1세기 냉전’ 선포와 다름없다. 나토를 약화시키는 대신 단합하게 만들고 러시아에 유화적인 독일의 정책을 변경토록 만드는 전략적 실수를 범했다. 로런스 프리드먼 영국 런던대 석좌교수는 러시아가 더 이상 강대국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군은 예상과 달리 무기력을 노정했다. 작전 능력, 장병 사기, 전쟁물자 보급 면에서 엄청난 취약성이 확인됐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핵을 가진 주유소’ 꼴이라며 러시아군의 무능을 꼬집었다.

 

지구촌은 본격적인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한다. 세계화 흐름이 중단될지는 불투명하지만 커다란 역풍을 맞은 것은 분명하다. 지역주의와 민족주의가 강조되는 역세계화가 새로운 조류가 될 수 있다. 조지아와 크림반도 침공에 서방이 미온적으로 대처해 이번 위기를 초래했다는 자성론이 무성하다.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발트 3국에 대한 나토의 방어 역량을 놓고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패권주의와 제국주의의 망령이 여전히 지구촌을 맴돌고 있다.

 

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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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일자 : 2022-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