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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

  • 작성자:홍보실
  • 등록일2021-09-03
  • 조회수 : 395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3%로 하향조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 5%대였던 잠재성장률이 2019년 2.1%까지 하락했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연구는 장기 성장률이 5년마다 1%씩 하락해왔음을 보여준다.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심각한 저출산 현상으로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인 0.84명으로 추락했다. 고령화 속도도 가파르다. 자칫하면 ‘제로 성장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려면 기업의 활력을 제고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위기에 빠진 미국 경제를 되살린 것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기업친화적 경제정책이었다.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 경제도 끝없는 추락에서 멈출 수 있었다. 마거릿 대처 총리의 시장개혁이 고사 상태인 영국 경제를 소생시켰다. 노동개혁, 규제혁파, 신성장동력 창출 같은 실효성 있는 성장 비전이 필요하다.

 

고용시장의 유연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의하면 노동 관련 규제혁파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 노동시장은 51위를 기록했다. 전년도에 비해 순위가 3단계 하락했다. 12개 항목중 4개가 100위권을 벗어났다. 노사 협력 130위, 정리해고 비용 116위, 고용·해고 관행 102위, 외국인 근로자 고용의 용이성 100위다. 임금 결정의 유연성은 전년도 63위에서 84위로 급락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평가에서도 노동시장은 63개국 중 28위에 머물렀다.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파업 시 대체근로 불허 등으로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크게 약화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 전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청년실업률의 주범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리쇼어링 시책에도 기업의 국내 복귀가 지지부진하다. 2017년 이후 52개에 불과하다.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1개에 그쳤다. 높은 고용 비용과 과잉 규제가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난 10년간 국내 설비투자는 연평균 2.5% 늘어난 반면 해외 직접투자는 7.1% 급증했다. 제조업의 국내 탈출이 가속화되는 상황이 저성장과 저고용을 고착시켰다.

 

규제혁파도 더는 늦출 수 없다. 기업이 신명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케빈 스나이더 맥킨지 글로벌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최적 비용 국가로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의존성을 줄이고 공급망을 단순화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도 충고했다.

 

결국 시장·투자친화적 환경 조성이 관건이다.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신생기업이 8000개 증발하고 빈곤인구가 15만명 늘어난다고 한다. 규제 완화로 기업 부담이 줄어들어야 생산, 투자, 일자리가 늘어난다. 노동·세제 부문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높게 나타난 것은 어디에 규제개혁의 우선순위를 둬야 할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역대 정부가 규제 완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웠지만 기업이 느끼는 체감도는 낙제 수준이었다. 신생기업 비율이 2007년 17.9%에서 2019년 16.3%로 낮아졌다. 기업의 생태계가 혁신과 변화에 소극적이라는 의미다. 혁신의 아이콘인 구글은 해마다 약 100건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 유튜브와 더블클릭 인수가 사세 확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마존도 끊임없는 M&A를 통해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누르고 정상에 등극했다. 일본은 올 상반기 2128개사의 M&A가 이뤄져 1985년 이후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변화와 혁신이 고용과 성장을 견인한다. 기업의 부침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경쟁 환경을 촉진해야 한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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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일자 : 2021-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