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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휴전 국면에 들어선 미중 무역분쟁

  • 작성자:홍보실
  • 등록일2019-12-19
  • 조회수 : 759

1단계 미중 무역협상이 어렵사리 타결됐다. 양국간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이번 합의는 양국간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절한 타협안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내년까지 협상을 끄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중국 역시 성장률 둔화, 홍콩과 신장위구르 사태 등으로 더 이상 미국과의 갈등을 계속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협상의 주요 내용을 보면 미국은 예정된 16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한다. 15% 관세가 기부과된 제품은 7.5%로 세율을 낮춘다. 나머지 2500억 달러에는 25% 세율을 유지할 계획이다. 중국은 내년에 미국 농산물을 500억 달러 어치 구매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금융시장 개방 확대, 환율조작 금지 등을 약속했다. 1단계 합의 소식에 주요국 주가가 상승하는 등 환영하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의 순항 여부가 내년 재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 비교적 순항하는 미국 경제에 최대 아킬레스건은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제조업에 대한 부정적 파급효과다. 지난 11월 미국 경제는 26만 6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실업률은 3.5%로 떨어져 1969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시간당 임금도 3.1% 상승했다. 지난 1년간 220만개 일자리가 생겼다. 그러나 무역분쟁의 후폭풍으로 철강, 기계 등 일부 제조업의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선 향방을 가를 위스컨신, 미시건, 펜실베니아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트럼프의 대규모 감세 때문에 금년에만 9600억 달러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내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재정적자 확대는 실질금리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국보다 상황이 더욱 절박하다. 리커창 총리는 6%대 성장을 유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고백한 바 있다. 6%대 성장률을 지키는 바오류(保六)가 중국 정책 당국자의 최대 현안이 되었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은 금년 6.1%, 내년 5.8%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다. 1990년 천안문 사태 후유증으로 3.9%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무엇보다도 국내 부동산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 아파트 과잉재고 등으로 곳곳에서 집값 하락이 감지되고 있다. 외자의 60%를 끌어들이는 홍콩 사태도 단시일내 개선될 조짐이 없다. 홍콩 경제는 중국 국내총생산의 3%에 불과하지만 금융허브로서의 역할이 크다. 이번 합의로 상반기 8.1% 격감한 대미 수출이 빠른 속도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일본 등 주변국에는 호재다. 동아시아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가 상당부분 제거될 것이다. 반도체, 철강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여건은 다소 호전될 것이다. 12개월 연속 수출 감소는 중국 경제의 부진과 관련이 깊다. 

이번 합의는 잠정적 휴전의 성격이 강하다. ‘종전 선언’까지는 갈 길이 멀다. 양국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패권 경쟁, 기술 경쟁의 성격을 갖고 있다. 숫자는 타협 가능하지만 시스템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중국과 중국 경제발전 방식을 부정하는 미국과의 대립은 불가피하다. 양국간 불신의 뿌리도 깊다. 21세기 패권을 둘러싼 전략적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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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일자 : 2019-12-19